‘디자인이 필요한 순간, 놀라운 경험을!’

타일이 위와 같은 야심찬 비전을 갖고 공개된 이후, 1년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1년이 지난 타일은, 어째뜬 망하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대성하지도 않았지요. 하지만 한계와 가야할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무엇을 포기해야할지, 그리고 선택해야할지 고민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누군가의 고민에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요.

돈들여서 찍었는데, 쓸데가 없네요.. 이렇게라도..
< 돈들여서 찍었는데, 쓸데가 없네요.. 이렇게라도.. >

 

아니 대체, 타일은 왜 만들었나?


타일의 프로토 타입부터 지금까지도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이거 포토샵으로 만들면 되는거 아니에요?”

맞습니다. 타일로 만들어지는 모든 이미지 결과물들은 포토샵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인감각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포토샵의 툴을 다루는 것부터 배우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디자인을 위해 디자인을 배워야 한다니. 디자인을 위해 우주선의 조종석처럼 느껴지는 저 버튼들을 다 익혀야한다니.!

단추하나 잘못누르면 걍 안드로메다로 가는거임
< 단추하나 잘못누르면 걍 안드로메다로 가는거임 >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디자인의 혜택은 누구에게나 필요해. 누구나 그 혜택을 누릴 순 없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런 것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일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디자인에 대한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어떻게 알고리즘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럼 자동으로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궁극의 사용자 경험이 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이건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상황을 상상해보면 됩니다.


  1. 클라이언트가 디자인을 의뢰함 (샘플을 제시하기도 함.)

  2. 디자이너는 의뢰에 따라 몇 가지 시안을 완성함.

  3. 클라이언트는 시안을 보고 고르고 수정 요청을 함.

  4. 디자이너는 최종적으로 고쳐서 완성함.

  5. 클라이언트는 최종본을 보고 마지막 수정요청을 함.

  6. 디자이너는 최최종......

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사실 이런 경우는 흔한데, 단순히 클라이언트가 변덕쟁이라거나 디자이너가 실력이 없기 때문은 아닐 것 입니다.

처음에 클라이언트는 명확한 결과물에 대해 조금 부족하게 설명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알아서 그럴듯한 몇가지의 시안을 가지고 오게 되지요. 하지만 결과물이 구체화되면, 클라이언트의 요구도 구체화되어갑니다.

이는 타일에도 적용됩니다. ‘자동 디자인’이라는 단어에만 함몰되어 단순히 '사용자는 디자인을 잘 모를테니까 결과물이 알아서 나오면 좋아하겠지'라는 것은 엄청난 오판이지요. 소비자들의 욕구는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구체화됩니다.

심지어 마지막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때 대응이 가능하도록 최종_최종(5)가 가능하도록 UI와 알고리즘을 설계하여야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6번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했습니다. 처음부터 최종단계의 알고리즘을 생각해보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구려도 열어보고 스스로 테스트를 해가며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였습니다.

'린'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 '린'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

최초에는 사용자의 수동 조작에 의존하다보니 포토샵과 비슷하게 다수의 패널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후 알고리즘이 복잡해짐에 따라 자신감이 생겨서 과감하게 패널을 없앨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좋아! 고객느님은 어떠세요?

서비스가 어느정도 구체화되고 실제로 ‘우와'해주시는 고객느님들이 늘어났습니다. 확실히 디자인을 고민하는 시간을, 콘텐츠를 제작하는 시간을 많이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콘텐츠의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지요.

텍스트만 입력하고 ‘디자인 바꾸기’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짱 쉽졍]

그 때마다 웹화면 뒤의 타일은 바쁘게 계산하고 있습니다. 각 요소들간의 크기, 비중, 색상, 밝기, 여백, 구도, 시선의 흐름, 통일성 등을 고려하지요. 타일은 바쁘지만, 사용자는 쉽게 결과물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화면 뒤의 타일은 바쁘다
< 웹사이트 화면 뒤의 타일은 바쁘다 >

우리는 이렇게 ‘디자인과 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편리한 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댓가로 두가지를 포기해야만했습니다.

실험적인 디자인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최초에 요소들을 계산만 할때는 엄청나게 많은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 가독성을 해치는 디자인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다양한 디자인을 선택할 것이냐 가독성을 선택할 것이냐 두가지의 기로에서 우리는 가독성을 선택했습니다. 타일을 사용하는 분들에게는 그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디자인 요소가 더 많아지고, 패턴들이 더욱 고도화 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실험적인 디자인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가독성을 망치는 디자인은 용납할 수 없으니까요.

죄송해요... 이런 디자인이 두려워요..
< 죄송해요... 이런 디자인이 두려워요.. >

고객님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것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결과물이 나왔을 때, 종종 조금 더 수정할 수 있기를 요청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예를 들면 상자를 조금 더 옆으로 옮긴다거나 글자의 크기를 조금 더 키운다거나 하는 것들이지요.

요소들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은 항상 후순위로 두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자유도를 높일 것이냐 디자인의 균형감을 높일것이냐의 두가지 기로에서 우리는 디자인의 균형감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타일의 알고리즘은 지속적으로 디자인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앞으로도 100% 자유로운 디자인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갈 수 있.....
<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갈 수 있..... >

 

우리는 그렇게 1년을 맞이했습니다.

tyle.io에 접속하면 누구든 카드뉴스, 썸네일, 배너광고들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지는 물론이고 동영상으로도 출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지와 동영상은 모두 표준 포맷인 png와 mp4이기 때문에 어느 플랫폼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타일로 만든 동영상, 출처 : 시대열전 페이스북]

이미지를 옆으로 슥슥 넘겨볼 수 있는 플레이어 링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카카오톡이나 밴드에서 유용히 쓰이고 있지요. 카드뉴스를 웹상에 바로 공개할 수도 있습니다. 텍스트가 포함되어 포털에서 검색도 됩니다.

마우스나 손가락으로 쓱쓱밀면 넘어갑니당
< 마우스나 손가락으로 쓱쓱밀면 넘어갑니당 >

타일은 이렇게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포멧과 유통경로를 구현했습니다.

가고자하는 길

‘디자인이 필요한 순간, 놀라운 경험을!’ 이것이 타일이 가고자하는 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년이 된 시점에 우리가 가야할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 다시 고민했습니다. 우리는 인정했습니다.

'지금의 타일은 편리하긴 하지만 디자인이 필요한 순간에 뙇 나타나진 않는다. 디자인이 엄청나게 예쁘진 않다.'

다시 다짐했습니다.

  • 디자인이 필요한 순간에 디자인을 할 수 있게하자.
  • 멋진 결과물을 가져갈 수 있게하자.

그래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패턴의 고도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알고리즘은 최소의 요소와 그래픽으로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뽑아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습니다. 정성적인 요인들을 정량적으로 변환하고 그것의 유기적인 결합관계를 만들어 낸 것 까지는 유의미한...... 하... 한마디로 더 멋진 디자인들이 나올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무한반복...
< 무한반복... >

웹화면 뒤의 타일은 점점 더 바빠질 것입니다. 그럴수록 고객님은 점점 더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가게 되겠지요.

하지만 바쁜 것은 웹화면 뒤의 타일만이 아닙니다. 웹화면은 인터페이스일 뿐입니다. 누구나 디자인이 필요한 순간에 디자인을 할 수 있겠다고 해놓고 언제나 웹에 접속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웹에 접근하는 것이 힘든 상황도 있고, 때론 귀찮을 수 있으니까요.

저도가끔귀찮..
< 저도가끔귀찮.. >

그래서 현재 채팅봇, 이메일봇, 광고생성봇 등으로 사용자의 상황에 맞는 경험을 테스트해보고 있습니다. 아직은 맥락을 유지하면서 제작하는 사용자경험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하지만 곧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채팅으로 요구하면 바로 만들어줍니당
< 채팅으로 요구하면 바로 만들어줍니당 >

이렇게 타일은 1년을 맞이 했습니다. 저희는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내년 이맘때, ‘어떤 스타트업 서비스가 2년(!)을 맞이했을 때 생기는 일’에서도 겪어온 일들을 공유할 수 있길 바랍니다. 많은 실패와 때때로의 성공으로, 내년에도 멋지게 살아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