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le.io는 6명의 작은 스타트업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팀의 마케팅, 운영, 개발을 전반적으로 조율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업무.. 인터뷰 사진찍기
< 세상에서 제일 힘든 업무.. 인터뷰 사진찍기 >

예전에 팀원이 4명 이하 일 때는 '머릿속 + 포스트잇 + 슬랙 + 깃헙로그'로 현황과 계획을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6명이지만 팀원이 늘어나고 사업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마케팅, 운영, 개발의 전체적인 진행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머릿속의 기억으로만 현황을 최신으로 유지하는데에 한계가 생겼죠.

vonvon에 따르면 엄마생각때문에 뇌가 가득찬듯
< vonvon에 따르면 엄마생각때문에 뇌가 가득찬듯 >

그래서 이슈관리 툴을 구입해서 사용했습니다. 두가지 툴을 사용해보았는데요. 오히려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맞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직접 개발해보았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업무툴에 필요한 것

tyle.io팀에 필요한 조건들은 다음의 여섯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이 조건들에 맞춘 툴로 개발했습니다. 고객 한 명의 니즈에 맞춘 것이지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소규모 팀의 관리자분들이 분명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1. 한 눈에 전체 현황을 알아 볼 수 있어야한다.

일단 이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데스크탑 기반으로 개발해야 했습니다. 작은 모바일화면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어차피 업무는 대부분 노트북으로 진행하니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x, y축을 무엇으로 설정하느냐, 즉 기준을 무엇으로 설정하느냐 입니다. 그에 따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상황 파악이 중요합니다
< 상황 파악이 중요합니다 >

저는 '멤버별 x 업무상태'를 기본값으로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선택에 따라 '태그별 x 업무상태', '태그별 x 멤버별' 등으로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어떤 팀원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지요. 물론 이런 기능은 기존의 '트렐로' 같은 서비스로도 가능하기에 아주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멤버별 x 업무상태'로 보았을 때
< '멤버별 x 업무상태'로 보았을 때 >
'태그별 x 업무상태'로 보았을 때
< '태그별 x 업무상태'로 보았을 때 >

 

2. 업무의 생명주기를 자동으로 관리해야 한다.

업무의 주기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됩니다. '언젠가 할일' '당장 할일' '하고 있는 일' '완료된 일'. 이렇게 나눈 이유는 업무의 생명을 관리하기 위함입니다.

4구간으로 나누어져 있음
< 4구간으로 나누어져 있음 >

해야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면, 적으면 됩니다. 그럼 '당장 할일'에 해당 업무가 들어가게 됩니다. 

걍 적으면 됨
< 걍 적으면 됨 >

하지만 우리에게는 가끔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몰립니다. 작은 팀이다보니 한사람에게 너무 많은 일이 부과될 때도 있지요. 그래서 '당장 할일'에 있는 어떤일들은 당장 하지 못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런 업무가 잔뜩 쌓이게 됩니다. 처리 못한 일들이 자꾸 쌓이게 되면, '당장 할일'에서 정말 당장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워집니다.

'당장 할일'에는 정말 당장 할일만 남겨져야 합니다.

처리 못한 일들은 때론, 다른 이슈가 해결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지기도 합니다. 또 여건이 달라져서 실행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지요. 그래서 한동안 업데이트가 없으면 경고표시를 하고, 경고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으면 '언젠가 할일'로 업무가 자동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점선으로 한번은 경고해줌. 요고 안하꼬냠
< 점선으로 한번은 경고해줌. 요고 안하꼬냠 >

'당장 할일'들을 다 처리하고나면 이 '언젠가 할 일' 목록을 한번 더 살펴보면서 이슈들을 찾아오면 됩니다.

당장할일이 끝나면 회사생활 끝나나
< 당장할일이 끝나면 회사생활 끝나나 >

또 완료된 업무는 별도로 삭제하는 과정 없이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리스트에서 표시되지 않게 했습니다. 귀찮은건 모두 시스템이 햇!

 

3. 한 업무를 여러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타깃 분류별로 광고 문구를 다르게 하고 유입되는 랜딩페이지도 다르게 디자인하자."

라는 이슈가 생겼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이슈는 마케팅 업무이면서도 개발과도 엮여있습니다. 사실 스타트업에서 이뤄지는 많은 일들이 이렇게 마케팅과 개발을 아울러 진행되곤 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이슈에 여러 태그를 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위의 업무라면 마케팅 태그와 개발 태그가 함께 달리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1번에서 언급한대로 y축의 기준을 '태그별'로 분류해서 해당 업무의 진행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이슈 등록 / 관리는 직관적이어야 한다.

등록버튼을 누르고, 마우스로 제목과 본문을 입력하고, 멤버를 지정하거나 태그 등을 클릭하는건 귀찮습니다. 우리에겐 1분 1초가 아까워요.

그래서 업무를 등록할 때 여러 버튼을 누르지 않고 한줄로 쭉 입력하도록 했습니다. 채팅창에 업무지시를 하듯이 입력하면 됩니다. 아래 예처럼, 멤버 지정은 @로, 태그는 #로, 기간제한은 ~등으로 한 줄로 입력하면 되지요.

마케터 킴지의 뉴스레터발송 업무등록 예시
< 마케터 킴지의 뉴스레터발송 업무등록 예시 >

이 입력창은 검색창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업무관리 툴들은 업무 등록창과 검색창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많은 곳에 머리를 써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 등록하려는 업무와 비슷한 업무를 기존에 등록해 놓은건 아닌지 우리가 늘 기억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기억을 해야 검색을 하지요

그래서 누군가 업무를 등록하려고 한다면, 기존에 등록되어 있는 업무들 중에서 그 업무와 겹치는 것이 있는지 실시간으로 자동 검색 되도록 했습니다. 이미 등록되어 있는 유사한 업무가 있다면 편집하면 되고, 없다면 새로 등록을 하면 되지 않을까요?

구체적으로 타이핑하기전에 모든 연관어를 보여주는 것처럼!
< 구체적으로 타이핑하기전에 모든 연관어를 보여주는 것처럼! >

즉, 등록하며 실시간으로 관련 업무가 있었는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슬랙'에서 등록과 관리가 되어야 한다.

tyle.io 멤버들의 접근성 1위 툴은 슬랙(slack)입니다. 이를 통해 일상적인 대화부터 업무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슬랙에서 업무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가, 결정이 되면 업무를 등록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업무를 등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단계를 하나로 통일했습니다.

슬랙의 채팅창에 /create 어서 빨리 저 버그를 해결하라 #dev-bug @ung과 같이 명령하면 됩니다. 그럼 자동으로 툴에 입력되지요. 수정과 삭제와 같은 관리 역시 /update :이슈번호, /delete :이슈번호와 같은 명령어로 간단히 할 수 있습니다.

업무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등록할 수 있다
< 업무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등록할 수 있다 >

 

6. 반복적인 이슈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tyle.io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킴지의 경우, 매주 반복적인 업무가 돌아오게 됩니다. 뉴스레터 발송이나,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콘텐츠를 게시하는 일들은 매주 돌아오는 일이지요. 이 업무는 '당장 할일' → '하고 있는 일' → '완료된 일' 섹션을 매주 돌게 됩니다.

매주 당연히 하는 일이라고 해서 등록하지 않는다면 모든 현황을 다 파악한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매주 등록하기도 귀찮지요. 그래서, 자동으로 등록되도록 했습니다.

이슈를 등록할 때 반복작업에 대한 해시태그를 추가하기만 하면 됩니다. 아래와 같이 해시태그를 쓰면 완료된 이슈는 해당 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생성됩니다. 매주 돌아오는 업무의 경우 이 툴이 알아서 관리해주는 것이지요.

#daily
#weekly-wed, #weekly-mon ...
#monhly-1, #monthly-10...
#quarterly-1
#yearly-1/24

개발과정

리액트를 이용하여 만들었습니다. 인터페이스 설계에 3일, 가다듬는데에 4일, 총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아직 인증기능은 따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계속 tyle.io팀이 유일한 고객입니다.

현재 구현되는 화면
< 현재 구현되는 화면 >
특정 이슈에 대한 상세 화면, 코멘트는 일종의 TODO 역할도 대신한다.
< 특정 이슈에 대한 상세 화면, 코멘트는 일종의 TODO 역할도 대신한다. >

이른(?) 후기

사용한지 한달이 되었습니다. 사용하며 자잘한 기능들을 보완해나가고 있습니다. 불편한 점은 딱히 없습니다. 왜냐면 고객이 한 팀인데 그 한 팀의 니즈에 완벽히 맞춰져 있거든요.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 툴의 이름입니다. 현재는 그냥 team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team을 관리하니까 team..

이런 툴에는 어떤 이름을 쓰는 것이 좋을까요. 아마.. 한동안은 계속 team으로 불리게 되겠지요.. 어쩌면 영원히

위 툴은 관리자로서 팀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tyle.io는 각자의 역량에 맞춰 일을 찾아서 하는 문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공유하는데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기능을 개발 팀원이 언제쯤 진행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으면 그에 맞춰 마케팅 메시지를 준비할 수 있겠지요. 또한 다른 팀원이 A라는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있다면 평소에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덧붙일 수도 있구요.

실제로 예전에는 많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들었던 일들이, 효율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네, tyle.io는 이렇게 일하고 있습니다.